의료 영상의 세계는 대개 ‘더 선명하게’와 ‘더 빠르게’의 싸움이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스핀아웃 RADiCAIT는 그 공식을 한 번 더 비틀었습니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 아이디어는 **“이미 찍은 CT만으로 PET처럼 ‘기능 정보’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방사성 추적자 투여와 고가 장비·긴 대기 시간을 줄여 **영상 진단 비용을 1/5 수준(예상)**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들고 TechCrunch Disrupt 2025 무대에 올랐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규제 통과와 임상 근거 쌓기, 그리고 병원 워크플로우에의 자연스러운 녹아듦입니다.

생활·업무 변화 요약
- 환자·보호자: PET-CT 예약 대기와 주사 부담이 줄고, 표준 CT 검사만으로 종양의 대사활성 단서를 빠르게 확인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장거리 이동·대기 비용까지 포함한 총진료비 절감이 기대됩니다.
- 의료진: 응급·추적 관찰에서 **‘CT 먼저 → 필요 시 실제 PET’**의 2단계 전략을 택해 선별 정확도와 회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영상의학과의 판독 우선순위와 리소스 배분이 효율화됩니다.
- 병원 경영·보험자: 고가 PET-CT 장비 가동률을 ‘정말 필요한 케이스’로 집중시키고, 전체 영상 체인의 **진료수가/재정 효율(Perf/$)**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헬스테크: 클라우드형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 모델로 국제 확산이 용이해지고, 원격 판독·AI PACS와 결합한 새 서비스 묶음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쉽게 알아보는 IT 용어
- CT(Computed Tomography): 해부학적 구조를 밀도 차이로 보는 단층 영상입니다. 빠르고 널리 보급됐지만 기능·대사 정보는 제한적입니다.
-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방사성 추적자를 주사해 **대사활성(예: 포도당 섭취)**을 시각화하는 기능 영상입니다. 정확도는 높지만 고가·시간·피폭이 부담입니다.
- Insilico PET®(RADiCAIT): 표준 CT를 입력받아 **딥러닝이 합성한 ‘PET 유사 기능 지도’**를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새로운 하드웨어 없이 기존 CT 검사·PACS 위에 얹어 쓰는 것을 지향합니다.
- Foundation/Generative Model: 다량의 CT–PET 짝 데이터로 구조–대사 간 상관 패턴을 학습해 보간·변환을 수행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1] RADiCAIT가 제시한 기술적 차별점 — “구조에서 기능을 추론”
RADiCAIT의 초기 제품 콘셉트는 **CT→PET 변환(Insilico PET®)**입니다. 핵심은 대규모 짝 데이터(CT, 실제 PET)로 학습한 생성 모델이 구조적 단서를 바탕으로 대사활성의 공간 분포를 추정한다는 점입니다. 이 방식이 기존 X-Ray·CT·MRI·PET-CT와 구별되는 지점은,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기능 정보를 ‘추론’**한다는 겁니다. 즉, X-Ray/CT의 저비용·고가용성과 PET의 기능 가시화 사이의 간극을 소프트웨어로 좁히려는 시도입니다. 여기서 얻는 기대효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추적자·스캐너 자원 절약으로 검사 단가와 대기 시간을 낮출 잠재력. 둘째, CT 기반 초기 스크리닝의 민감도 향상(예상). 셋째, 병원 워크플로우에 클라우드/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즉시 얹을 수 있는 실용성입니다. 다만, 질환·장기·기기 스펙·환자군 다양성에 따른 외적 타당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보조적 의사결정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2] 기존 모달리티와의 비교 — 무엇이 대체되고, 무엇은 보완되는가
- X-Ray: 가장 저렴·신속하지만 2D 투영으로 민감도·특이도 한계. RADiCAIT는 X-Ray가 아닌 CT를 입력으로 삼기에 직접 대체보다는 상위 스크리닝 포지션입니다.
- CT: 구조 파악에 탁월. RADiCAIT는 CT만 찍고 기능 맵을 합성해 **‘CT+α’**를 만듭니다. 조영제 금기 환자에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PET-CT: 종양·염증·심장·신경 분야에서 표준 진단. RADiCAIT는 PET-CT의 완전 대체가 아니라 선별·보조를 지향합니다. 의심 병변 분류·우선순위 조정 후 필요 케이스에 실제 PET을 권고하는 흐름입니다.
- MRI/펑셔널 MRI: 연조직 대비·기능 정보(퍼퓨전, 확산 등)에 강점. RADiCAIT와 직접 치환 관계는 적고, 멀티모달 융합의 보완재 성격입니다.
정리하면 RADiCAIT는 저비용/대기단축/접근성의 강점으로 **“누가 PET을 먼저 가야 하는가?”**를 가려내는 트리아지(triage) 엔진에 가깝습니다.
[3] 비용·접근성 임팩트 — “1/5 비용”의 논리와 현실 점검
PET-CT는 장비 가격·운영 인력·동위원소(예: FDG) 생산·물류 등으로 검사비가 높고 예약 대기가 긴 편입니다. RADiCAIT는 CT 기반 소프트웨어 판독 비용만 더하면 되므로 직접비(장비·동위원소) 절감과 간접비(대기·이동·인력) 절감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보험 수가·인허가·책임 보험료까지 감안한 총소유비용(TCO) 비교가 관건인데, 공개 자료에서는 “최대 5배 비용 절감(예상)” 시나리오가 소개됩니다. 다만, 이는 국가별 수가 체계와 병원별 장비 감가에 따라 변동 폭이 큽니다. 실제 임상에서 민감도/특이도/예측도가 PET-CT 대비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위양성/위음성의 관리 비용까지 포함해 보건경제 모델링으로 검증되어야 합니다.
[4] 임상·규제·상용화 체크리스트 — “근거, 워크플로우, 환자안전”
의료 AI는 **성능(AUC, 민감도 등)**뿐 아니라 일반화·편향·설명가능성·환자 안전이 필수입니다. RADiCAIT가 빠르게 상용화하려면 다음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다기관·전향적 임상으로 암종·병기·장기·기기 다양성을 커버하는 외부 검증.
- SaMD 인허가: 미국 FDA 510(k)/De Novo, 유럽 MDR CE. 데이터 보호·사이버 보안 요구도 충족.
- PACS/RIS 연동과 클라우드 HIPAA/GDPR 준수, 온프레미스 옵션 제공.
- 의료분쟁·법적 책임을 고려한 의사용 보조(assistive) 포지셔닝과 리포트 문구 표준화.
- 수가 모델: 별도 가산·성과 기반 보상 등 재정 인센티브 설계.
근거 확보와 워크플로우 통합이 조화를 이뤄야 **‘파일럿에서 일상 진료’**로 넘어갑니다.
[5] 국내 도입 가능성 — 규제·수가·인프라 관점의 현실성
한국은 MFDS(식약처) SaMD 심사 체계가 정비돼 있고, 혁신의료기기·신의료기술평가(NECA) 경로를 통해 임상 도입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판독은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 준수가 전제이며, 의료영상 정보는 국외 이전·보관 이슈를 면밀히 관리해야 합니다. **상용화 가능성은 ‘중간 이상’(예상)**으로 보되, 조건은 명확합니다.
- 전향적 임상근거: 국내 코호트로 암종별 성능을 입증할 것.
- 리스크 관리: 오판 가능성에 대한 품질관리(QMS)·사후감시(PMS) 체계.
- 수가 시범: 선별검사·추적 관찰에서의 임상적·경제적 유효성을 근거로 한시적 보상 모델을 마련.
- 병원 IT 통합: 주요 상급종합병원 PACS(인피니트·메디칼스탠다드 등) 및 클라우드 판독 워크플로우 연동.
국내에서는 암 정밀의료·지방의료 격차 해소 과제와 맞물려 권역거점–지역병원 연계판독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Mini Q&A
Q1. 이게 ‘가짜 PET’이면 위험하지 않나요?
→ 보조진단 용도에서 민감도·특이도·임상 안전망이 충족돼야 합니다. PET-CT 대체가 아닌 트리아지·우선순위화로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어떤 암종에서 먼저 쓰일까요?
→ 폐·두경부·림프계 등 CT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 유력합니다(예상). 각 암종별 학습 데이터 커버리지가 좌우합니다.
Q3. 병원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 PACS 연동·판독 워크플로우 수립, 품질관리·법적 책임 배분, 사용자 교육과 성능 모니터링 대시보드가 필요합니다.
Q4. 진짜 PET 수요는 줄어드나요?
→ 고난도 확진·치료 계획·치료 반응 평가에서는 여전히 실제 PET-CT가 표준입니다. 다만 **‘누구에게 PET을 먼저 보낼지’**는 더 정확·빠르게 결정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기능’을 얹는 순간, 영상의학의 단가는 알고리즘의 효율이 결정합니다.”
결론
RADiCAIT는 CT의 보편성과 PET의 임상 가치 사이의 간극을 AI 소프트웨어로 메우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기술 원리는 설득력 있고, 비용·접근성 개선 잠재력도 큽니다. 그러나 임상적 일반화·규제·수가라는 삼박자를 맞추지 못하면 파일럿을 넘기 어렵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의료체계에서 보조진단–선별–우선순위화라는 명확한 역할로 진입한다면, 영상 진단의 속도·형평성·경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3분 정리
- 개념: CT만으로 PET 유사 기능 지도를 합성해 선별 정확도·접근성 개선을 노리는 Insilico PET®
- 차별점: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로 기능 복원, PET-CT는 확진·치료 계획에 집중
- 비용 효과: 장비·동위원소·대기 감소로 진료비 1/5(예상) 시나리오, 국가별 수가에 따라 편차
- 상용화 과제: 다기관 임상·SaMD 인허가·PACS 연동·책임/보험·수가모델
- 국내 도입: MFDS·NECA 경로로 중간 이상 가능성(예상), 권역–지역 연계판독 시나리오 유력
출처
- TechCrunch — Oxford spinout RADiCAIT uses AI to make diagnostic imaging more affordable and accessible (확인일 2025-10-28). TechCrunch+1
- RADiCAIT — Insilico PET® 제품 소개 페이지 (확인일 2025-10-28). Radicait